기능과 효과
- 당은 백혈구의 네비게이터 -
'당사슬'은 인간의 수정에도 필요하고 뇌의 작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과 수정의 관계
당사슬은 '글루코오스'와 '푸코오스'등의 당이 사슬 모양으로 이어진 것으로, 우리의 몸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당사슬은 핵산, 단백질에 이어지는 '제3의 생명사슬'이라고 한다. DNA (디옥시리보 핵산)나 RNA (리보 핵산)의 구성 요소이며,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특히 세포의 얼굴로서 작용하는 '복합당질'이라는 것을 말한다. 복합당질이란 단백질과 지질에 당사슬이 결합한 것을 말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경우에는 몸속의 모든 단백질 가운데 50퍼센트 이상에 당사슬이 덧붙여져 있다고 한다.
세포막에는 단백질고 지질이 메워진 상태로 많이 존재한다. 당사슬은 단백질과 지질에 결합한 복합 당질의 일부로서 세포의 표면에 수염처럼 나와 세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고 있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친구인가 모르느 사람인가를 분간하는 것처럼 세포끼리는 당사슬에 의항하 서로를 인식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할 때도 당사슬이 관여한다. 난자 표면은은 난자를 보호하는 '난황막'으로 덮여있다. 수정하기 위해서는 정자가 이 막을 돌파하여 난자에까지 이르지 않으면 안된다.
정자는 난횡막 표면에 나온 독특한 당사슬과 결합함으로써 난황막을 돌파하여 수정할 수 있는 것이다.
불가사의하게도 인공적으로 난황막을 제거하고 정자를 보내도 수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사슬을 개입시킨 커뮤니케이션은 수정의 필요 조건인 샘이다.
몸을 만들 때도 당사슬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뇌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람의 뇌는 수천억 개의 신경 세포가 신경 회로를 형성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정보는 신경세포 속에서 전기 신호로 전해지지만, 신경 세포만으로는 속도가 늦다. 그래서 신경 세포는 올리고덴드로사이트 (글리아 세포의 일종)가 단단히 감아 절연체를 이룸으로써 고속의 정보전달을 실현하고 있다. 이 '수초'라는 구조를 만드는데 당사슬이 필요한 것이다. 당사슬이 없으면 올리고덴드로사이트가 단단히 감기지 않아 완전한 절연체를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래서는 정보를 빨리 전달할 수 없다. 이 수초 형성에 관여하는 당사슬을 만들지 못하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는 경련과 운동 실조가 나타나고 곧 죽어버린다고 보고된 바 있다.
나아가 당사슬은 우리의 몸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예컨대 면역 세포인 '백혈구'는 당사슬을 '감시'하면서 혈관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백혈구느 혈관을 굴러 혈관벽의 세포 표면에 나와 있는 당사슬과 접촉하면서 검사해 나간다. 마치 '안색'을 살펴 나가는 것 같다.
염증 등 이상이 일어난 부분에서는 당사슬의 모양이 달라진다. 이상이 있는 당사슬을 감지하면, 면역 세포를 모으거나 침입물을 공격하는 등으로 대응한다.
이처럼 당사슬은 수정이나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언제나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과 뇌의 관계
당과 지놈 정보와의 관계
그럼 당사슬은 어떻게 덧붙여지는 것일까? 단백질에 부가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당사슬은 소포체에 저장되어 있다가 '효소'의 작용에 의해 합성된 단백질에 부가된다. 이어 단백질의 수송경로인 골지체 속으로 이동하면 각각의 세포에 필요한 모양으로 다듬어진다. 최종적으로는 당사슬이 붙은 단백질이 세포막으로 운반되는 것이다.
당사슬의 연구를 계속하는 일본 오사카 대학의 다니구치 나오유키 교수는 "당사슬의 불가사의한 점은 유전자 정보의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합성된 뒤 부가되는 점이다. 지놈 정보를 벗어난 북가사의한 정보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물론 당사슬을 부가하거나 떼거나 하는 작용을 가진 효소는 단백질이므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소가 어디에서 어느 단백질에 당을 수식하느냐는 수수께끼이다.
특정 유전자에 따라, 정해진 세포에 당이 부가되는 예도 있다. 우리의 ABO식 혈액형은 특정 효소의 존재가 직접 어느 혈액형이 되느냐에 결부되어 있다. 사람 혈액형의 기본형은 O형이다. O형의 당사슬을 만드는 효소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그것에 덧붙여 A형, B형인 사람으 각각 A효소, B효소를 가진다. A효소, B효소는 각각 다른 종류의 당을 당사슬에 추가한다. AB형은 양쪽 모두의 효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A형의 당사슬과 B형의 당사슬 모두를 갖는 상태이다. 이처럼 ABO식 혈액형은 특정 유전자로부터 합성된 효소가 정해진 부분의 당사슬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져 있는 예이다.




- 일본 Newton / 2006년 1월호